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라는 아이들의 마지막 한마디가 감동적이네요.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배나사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과 뿌듯함을 느낍니다.
공부에 목말랐던 60명 무료로 강남 학원식 과외
아이들 실력 '쑥쑥'… 반 20등이 1등으로 뛰고
영어 70점에서 98점으로
지 난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금광동에 어스름이 깔렸다. 상가 곳곳에 있는 학원에 환하게 불이 켜졌다. 월드비전 성남종합사회복지관 3층에 있는 '에듀투게더'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6시가 되자 교복 차림 중고생들이 교실(49.5㎡·15평) 세 곳에 각각 8~10명씩 나눠 앉았다. 3시간 동안 영어·수학을 배우기 위해서다.
복도에서 라면과자를 부숴 먹는 아이, 강사 휴게실 한쪽에서 혼자 보충수업을 받는 아이, 교실에서 인상을 쓰고 밀린 숙제를 '벼락치기' 하는 아이, 은박지를 까서 김밥을 먹는 아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공짜로 과외를 받는 곳이라는 점만 빼면 여느 '소수정예식 보습학원'과 똑같은 풍경이었다.
새롬(가명·15·중3)양은 지난 1월부터 매주 네 차례 영어와 수학을 배우고 있다. 지난해까지 전 과목 평균점수 75점 정도로, 반에서 15~20등을 했다. 학원은 중1 때 한달 다닌 게 전부다.
새 롬양은 지난해 12월 학교 게시판에서 '에듀투게더'에 대한 벽보를 봤다. 월드비전 성남종합사회복지관이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학원을 열고, 교사·학원 강사·과외 교사 경력자들이 강사로 나서 무료로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준다는 내용이었다.
에듀투게더에 다니면서 새롬양은 수학 점수가 껑충 뛰었다. 작년까지 50~60점을 맞다가 3학년 1학기 첫 중간고사에서 91점, 기말고사에서 100점을 맞았다. 기말고사 때는 전 과목 평균 94점으로 반에서 1등을 했다.
새롬양은 엄마·남동생과 셋이서 산다. 10살 때부터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다. 엄마는 횟집에서 일하고 새벽 1시 넘어서 온다. 남매가 성적표를 가져와도 찬찬히 봐줄 여유가 없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떠올리면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여유 없는 줄 뻔히 알면서 '학원 보내달라'고 해서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하기는 싫었어요. 앞으로 공부를 잘해서 엄마를 행복하게 해 드리고 싶어요."
에 듀투게더에는 새롬양과 비슷한 학생 60명이 다니고 있다. 금광동 주변 7개 중학교 교사들과 사회복지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초생활수급대상자·차상위계층·조손(祖孫)가정·한부모가정 자녀 중에서 '공부 욕심'이 있는 학생을 선발했다. 분당우리교회 신자들이 5000만원을 모아줬다. 복지관 측은 이 돈으로 건물 3층을 학원으로 개조했다.
서울 대치동, 안양 평촌, 성남 분당 등지에서 15년간 수학을 가르친 A씨가 무보수 명예원장을 맡았다. A씨는 자원봉사자로 나선 강사 18명의 시범 강의를 듣고 꼼꼼하게 교정했다. 학생들 수준에 따라 2개로 반을 나눠 수준별 심화학습을 했다. '함수' '도형' '문법' 등 영어·수학을 세분화한 특강반을 만들고, 영어회화반도 개설했다.
월드비전 이지은(31) 사회복지사는 "에듀투게더는 공부를 잘하고 싶은 저소득층 학생이 실제로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라며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기능이 중점인 다른 공부방들과는 좀 다르다"고 했다.
가난한 집 아이라도 좋은 학교에 가서 좋은 직장을 얻고 장차 부모 세대보다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게 돕자는 취지다. '개천에서 용을 키우는 기관'인 셈이다.
이 에 따라 에듀투게더는 웬만한 학원보다 '학생관리'를 더 엄격하게 한다. 학생 60명의 출결·성적·수업태도·과제를 점수화해 하위 10%는 'C클래스'로 관리한다. 이씨는 "아이들에게 '열심히 하지 않으면 더이상 다닐 수 없다'는 식으로 의지와 의욕을 북돋는다"고 했다. 학생들이 꾸물거리며 학교 성적표를 가져오지 않으면, 이씨가 직접 학교에 공문을 보내 성적표를 받아본다.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3월부터 다니고 있는 형주(가명·15·중3)군은 "작년까지 70~80점대였던 영어, 수학 점수가 1학기 중간고사에서 98점, 96점으로 뛰었다"고 했다.
어 머니 임모(45)씨는 "일용직 노동으로 한달에 100만원 남짓 버는 남편 수입으로는 과목당 20만원씩 하는 학원비를 댈 수 없어 1만4000원짜리 참고서만 사서 내밀었다"며 "점점 성적이 올라가는 걸 보면 세상 시름도 다 잊게 된다"고 했다.
정 민(가명·15·중3)양은 지난 기말고사에서 전교 1등을 했다. 작년까지는 전교 30~40등을 했다. 정민양 아버지는 페인트칠을 하고, 어머니는 집에서 양말 포장 아르바이트를 한다. 정민양은 "이번에 1등을 한 게 정말 제 실력인지, 운이 좋았던 건지 잘 모르겠다"며 "저를 도와주신 고마운 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밤 9시까지 수학을 가르친 자원봉사자 이은미(44·과외경력 20년)씨는 "서울 강남이나 분당·일산에서 과외를 하면서 부모 성화에 억지로 과외를 하느라 능률이 전혀 오르지 않는 아이들을 많이 봤다"고 했다.
" 처음 에듀투게더에 왔을 때는 아이들이 주눅이 든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쭉 가르쳐보니, 다들 그동안 공부를 하고 싶어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몰랐던 거지요. 지난 8개월간 아이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을 겁니다."
이날 만난 세 중학생은 모두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지금 자신들에게 도움을 준 착한 어른들처럼, '어려운 학생들을 챙겨주는 멋진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2009/04/22 00:26 
2009/06/26 2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