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11월 12일 저녁 6시. 대전시 유성구청 자원봉사센터 2층 교육실에 삼삼오오 아이들이 모여든다. 교육실은 이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잡담을 나누는 아이들로 왁자지껄해진다. 8명의 아이 모두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다. 마침내 이기범(전기 및 전자공학과 05학번) 씨가 빔 프로젝터 앞에 서자 교육실은 금세 조용해진다.
“자, 오늘은 밀도차를 이용한 혼합물의 분리에 관해 배울 거야. 우선 밀도가 뭐지?”
“질량 나누기 부피요.”
“그렇지. 같은 크기의 스펀지와 벽돌을 생각해보자. 어느 것이 더 무거울까?”
개구쟁이 같던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이기범 씨의 수업에 집중했다. 이 곳은 KAIST 학생들이 배움을 전파하는 공간인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하 배나사)’ 유성 교육장이다.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배나사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사교육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계층의 자녀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자원봉사단체다. 대전에서만 약 30명의 중2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을 무상으로 교육받고 있다. 수업은 교실 두 개로 나눠서 진행되며, 각 교실별로 일주일에 3시간씩 3회(수학 2회, 과학 1회)의 교육이 이뤄진다. 시험 기간은 물론 방학 동안에도 정상 운영된다.
배나사는 2007년 5월 2일 서울과학고 동문 위주로 조직된 자원봉사 단체다. 서울시 용산구에서 시작된 이 단체는 지난해부터 공개모집으로 회원을 받아들이면서 규모를 키워 나갔다. 지난해는 대전시 유성구에, 올해 9월에는 서울시 금천구와 마포구에도 교육장이 신설됐다. 서울에서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활동하지만, 대전시 유성 교육장에는 거의 100% KAIST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유성 교육장의 조직은 크게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팀과 수업교재를 개발하는 교재팀으로 나뉜다. 지난 4월 4일 첫 수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교수팀 96명과 교재팀 25명 등 모두 125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현재는 약 60여명의 KAIST 학생들이 활동 중이다. 따로 대표를 두지 않는 수평 구조를 지향하는 게 특징이다. 회원 간 자유로운 의견 교환과 신입 회원의 빠른 적응을 돕기 위해서다.
나눔을 실천하는 카이스트 학생들
남상호(화학과 07학번) 씨는 서울 용산구에 처음 교육장이 생길 때부터 활동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18개월 동안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지식은 조금 나눈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가정형편으로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내 자신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고 살았는지 깨닫게 됐죠. 학생 신분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공부를 가르치면서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일은 참 멋지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배나사의 KAIST 학생들은 어떤 일들을 구체적으로 해왔을까. 이들은 교재 개발부터 수업까지의 모든 활동을 스스로 힘으로 진행하고 있다. 회원 이기범 씨의 말을 들어봤다.
“4월에 유성 교육장이 개설되고 첫 학기는 부교사로 활동했어요. 교재 제작에 참여해 자료를 축적하는 일을 맡았죠. 이번 학기부터는 정교사가 됐어요.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고 교사들의 반 배치와 수업 일정을 조절하는 일을 하게 됐습니다. 교사 간의 연락을 담당하는 교사관리팀장도 맡고 있어요.”
이러한 KAIST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유성구청은 교육 장소와 기자재를 지원하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구청 부녀회를 비롯한 주변 교회와 빵집들이 수시로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 구청 자원봉사 담당 이기창 씨는 “학생들이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생각으로 책임감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친다”며 “대충 시간을 때우는 게 아니라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는 모습이 기특해 보인다”고 말했다. 수업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아이들의 수학, 과학 성적이 눈에 띠게 좋아지고 있다.
“선생님 덕분에 수학은 20점, 과학은 42점이나 올랐어요.”
“학원보다 훨씬 좋아요. 지루하지 않게 가르쳐주고 선생님과 친하니까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질문할 수 있거든요.”
배나사의 교수팀은 이미 정원이 꽉 찬 상태다. 이에 남상호 씨는 더 많은 중학생에게 혜택이 갈 수 있도록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유성구의 중2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대전 서구에서도 수강생을 모집할 계획이에요. 지금 수업 받는 중2 학생들이 3학년이 되더라도 계속 가르칠 예정입니다. 그리고 과목수도 늘려 영어 수업도 준비하고 있어요. 아마 KAIST뿐만 아니라 대전 지역 타 대학 학생들도 참여하는 단체로 성장할 것 같습니다.”
배나사에 지원하려면?
배나사 홈페이지 회원가입(camp.edushare.kr) 메뉴에서 가입신청을 하면 교사관리팀에서 연락을 준다. 이어 2월 중순경 예정된 신입교사 1, 2차 오리엔테이션을 하루씩 받고 정식으로 활동하게 된다. 활동 분야는 크게 교육과 개발이다. 여기서 개발은 교재를 제작·감수·편집하는 교재개발 파트와 온라인 관리도구를 개발·디자인하는 시스템개발 파트로 나뉜다. 봉사하겠다는 마음과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배나사 홈페이지(www.edushare.kr)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