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기초교육 (1) - 문주용 선생님
용산교육장에 한 학생이 있습니다
저는 이번 지리산 집중기초교육을 통해 이 학생을 알게 되었는데요,
사실 이 학생은 여러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이끌고 지리산에 가는 제 입장에서는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지나치게 소극적인 학생의 성격 때문이었죠.
많은 용산 선생님들께서 이 학생은 가족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거의 말을 하지 않을 뿐더러
너무나도 소극적이어서 기초교육에 참여시키는 것이 맞느냐 하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과연 이 학생이 지리산에서 5박 6일의 일정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을지, 적응은 잘 할 수 있을지,
그곳에서 생활은 잘 할 수 있을지 하는 걱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리산에서 머무는 5박 6일 내내 제 가장 큰 걱정은 그 학생이었습니다.
학생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할 뿐 아니라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그 아이가
지금 무얼하고 있는지, 누구랑 밥을 먹고 누구랑 공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제가 이번 캠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일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아이를 많이 돌봐주게 되었습니다.
기초가 부족한 아이가 공부에 힘들어 하면 제가 직접 도와주거나 다른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고,
혼자 밥을 먹고 있으면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제 물음이나 이야기에 대해 말로서 대답을 해주지 않았지만 저는 혼자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습니다.
그 아이는 자신의 표정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고
저는 그런 아이들의 표정을 읽어내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저의 그런 행동들이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기억에 남았던 모양입니다.
힘든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할 때 즈음 낯선 전화번호로부터 전화가 오더군요.
바로 그 학생의 어머님이셨습니다.
어머님은 너무나도 해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셨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하던 제게 어머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ㅇㅇ이를 보자마자 너무 기쁜 마음에 ㅇㅇ이를 안으러 달려갔는데,
이 녀석이 저를 밀치며 저에게 막 화를 내는 거예요.
고마운 선생님들에게 먼저 인사를 해야지 왜 자신만 바라보고 달려오느냐며 엄마 나빴다고 하더라구요. 이 녀석이 저를 너무 혼내며 빨리 선생님에게 전화를 드리라고 야단이어서 이렇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 그 말을 듣는데 말 못 할 가슴 벅참이 이루 표현할 수가 없더군요.
아이가 선생님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 크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이어지는 어머님의 말씀
"우리 ㅇㅇ이가 지리산에서 집에 돌아오기 싫었다며 너무 아쉬워 하더라구요.
수학 공부가 너무 재밌고,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었는데, 그리고 좀 더 지리산에 있고 싶었는데
집에 와야 해서 너무 아쉽다라고 하네요."
단지 5박 6일 만났을 뿐인데 이 학생에게 이런 감동을 느낄 것이라곤 상상을 못 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님께서 학생과 통화를 해보겠냐며 아이에게 전화를 넘기셨습니다.
비록 아이는 제 물음에 짧은 대답만 해주었지만 저는 그 말들도 참 너무나도 고마웠습니다.
이 아이의 마음을 열게 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던 제게 내린 일종의 선물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어머님께서는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단 한번도 집 밖에서 재워본 적이 없다 하셨습니다.
중학교에 다니게 되면서는 다른 친구들과 잘 지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학여행에 보냈지만
다녀오고 나서는 늘 힘들고 괴로웠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힘들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배나사를 다니게 되면서 아이가 밝아지기 시작하더니,
아이가 이번 캠프를 다녀오면서 공부를 더 하고 싶었다고, 너무 즐거웠고 집에 오기 싫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요.
어머님께서는 우리 샘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해 하시더라구요. 너무나도 행복한 목소리로 말이죠...
참 눈물이 왈칵 하더라구요. 수화기 넘어 제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느라 힘들어서 혼났네요.
우리가 하는 일이 이만큼 값어치 있는 일이었나 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이만큼 아이의, 또는 한 가정의 행복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었나 봅니다.
이번 지리산 집중기초교육을 통해서 우리가 하는 일의 값어치를 또 한 번 느껴봅니다.
ㅇㅇ이 보러 용산 교육장 놀러가야겠네요.
ㅇㅇ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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