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김연준 선생님의 반짝반짝 유성이야기 _ 2
5시가 되고 드디어 나의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부교사분들과 함께 씩씩하게 교실로 들어갔다.
이제 수업 좀 해볼까 라고 생각했지만
가방은 있는데 아직 안들어 온 학생들이 있어 기다려야 했다.
그때 당시 유성은 2시~5시, 5시~7시 수업이었고 토,일 수업이었다.
앞 수업을 약간 빨리 끝내고 간식시간을 가지고 5시수업을 하는 식이었는데
이녀석들이 시간이 되었는데도 안들어오는 것이다.
그 녀석들은 15분정도 지나서야 축구공인가 농구공인가를 들고 교실에 들어왔다.
"야 니네 왜 인제오냐"
"네?"
"왜 이제야 오냐고 시간 안지킬래?"
"죄송합니다.."
라고 했을 것 같지만 낯가리는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 애들은 장동진, 남선호, 홍시영, 황연이었는데
앞으로 이야기에 자주 등장할 것 같다.. 참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많은 애들이다..ㅎㅎ
출석을 부르고 동그라미 치는 것 조차 나는 느렸다. 생각보다 그게 너무 낯설었다.
아이들은 선생님 첫인상을 보고 몇 분, 빠르면 몇 초만에 "아 이 선생님 앞에선 굽신굽신"또는 "아.. 만만하구나!"
를 결정한다. 불행히도 나는 후자였다..
늦은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은 것,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적은 나이,
하이탑에 깔창까지 끼고 갔지만 170초중반 정도 되는 작은 키 등으로 인해 난 동네북이 되었다.
배나사를 처음 시작할 때 첫인상이 중요하다.
강한 인상을 심어줄지 부드러운 인상을 심어줄지는 본인 스타일에 따라 택하면 된다.
굳이 엄하다고 좋을 건 없다.
나중에는 나 나름의 캐릭터를 찾아서 엄하진 않지만 할 말은 다하고 아이들과도 친해지는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뵈었던 백여명들의 선생님 중에서 엄한 선생님은 거의 없었다.
통제에 어려움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대학생 선생님이라 나이차도 적게 나고
학교만큼 학생 수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을 감안했을 때
엄하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형 누나같이 친근감있게 접근하는 것이 아이들 성격을 변화시키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좋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자세한 사례는 나중에..)
첫 수업은 정신 없었다. 지금처럼 매 시간 교재와 문제지가 안정적으로 준비되어 있는것도 아니었고
아이들도 산만했다. 동진, 선호, 시영, 연이는 서로 이름을 바꿔가면서 나를 헷갈리게 했고
문자치는애, 딴짓하는애, 딴데보는애... 내 수업을 듣는 애들은 없는 것 같았다. 절망적이었다.
'물체의 운동' 이라는 제목의 모노드라마를 찍는 것 같았다.
어차피 학생에 따라 다 받아들이는 애들도 있고 거의 이해 못하는 애들도 있다.
설명을 자세히 하려고 목매일 필요 없다. 거의 모든 애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요점만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물론 그게 쉽지는 않지만..
또 한가지는 학생들 이름을 많이 불러줘야 한다. 넋 놓고 있던 학생들의 이름을 한 번씩 불러주고
간단한 질문을 하면 깜짝 놀라서 짧은 시간이라도 수업을 더 듣게 된다.
물론 처음엔 그 멀티태스킹이 어렵다. 내 설명 하면서 학생들 쭉 살피기가 쉽지 않다.
지금도 부족하긴 하지만 그냥 조금 하다 보니까 여유가 생기고 시야도 넓어지는 것 같았다.
지금이야 어떤 내용을 갖다줘도 상황에 따라 20분을 할수도 있고 2시간을 할 수도 있고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하다고 자부하지만(기록안한 것 까지 합쳐서 70~80번정도 수업한듯)
그 때는 왜이렇게 해도해도 내용이 안끝나던지.. 앞이 캄캄했다.
애들은 잘 안듣는데 내용은 많고..
포물선 운동을 보여주려고 보드마카펜을 몇번이고 던지고 있는데
뒤에서 참관하시던 선생님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뒤에선 난리가 났다. 뒤에서 남 선생님께서 종이에 "10분 남았다"라고 써서 나에게 들어 올려 보이셨다.
나는 더 당황했고 초조해졌다.
진땀빼며 겨우 첫 수업을 끝내고 드디어 문제풀이 시간이 되었다.
돌아다니면서 다른 부교사분들과 함께 아이들을 봐주었는데 그건 비교적 무난했다.
유림이랑 정숙이었나.. 유림이는 확실히 봐줬던 기억이 나는데 그 학생들이 수학 기초 계산이 좀 부족했던
것을 제외하곤 별 특이사항은 없었다.
끝부분에 부교사분 한분이 나오셔서 답을 부르고 어려운 문제를 풀이해주셨다.
매끄럽게 잘 설명하시는 것 같았다.
'아 다음시간부터 저분께서 정교사 하시면 어떡하지 민망해서..' 난 속으로 걱정이 되었다..
어쨌든 첫 수업이 끝나고 다음주 토요일날 하실 선생님을 위해
오늘 어디까지 했는지 진도사항을 기록했다.
(그 때 당시에는 정해진 커리큘럼도 문제지도 없었다. 교육지원팀도 없었고 거의 모든 것이 정교사 재량이었다)
옆방에 컴퓨터에 앉아서 일지를 작성하고 수업을 마쳤다.
원래 7시까지이지만 7시반도 넘었던 것 같다.
첫수업 끝난 기념 부교사분들을 모아 뒤풀이 저녁 회식을-
하진 않았다. 그때 당시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고 여유가 없었다.
그저 부담감과 민망함이 남았을 뿐이었다.
교육장을 운영해 나가는데 선생님들끼리의 친목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몇달의 시간이 걸렸다..
배고파서 김밥천국에서 참치김밥 한줄 소고기김밥 한줄을 사서
기숙사 방에 들어가서 다 먹어치우고 뭘 했는진 기억안나는데 뭔가 좀 하다가 피곤해서 잤다.
대부분 공감 하실 것 같은데 아무리 많이먹고 가도 배나사 끝나고 나면 항상 배고프다..
아이들 가르치는 것만큼 에너지 소모 심한 운동이 별로 없을 듯..
-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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